[책 추천] 0원으로 사는 삶 - 박정미
도서명 : 0원으로 사는 삶 - 박정미
분야 / 장르 : 한국 에세이
출판사 : 들녘
완독일 : 2023년 4월 27일
기록일 : 2023년 5월 2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다가 함께 몽골여행을 했던 오빠가 '2023년 최고의 책'이라며 이 책의 표지를 업로드한 것을 보았다.
‘최고’, 특히 ‘한해의 최고’라는 표현은 특별한 것임을 알기에 무슨 책인지 궁금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0원으로 사는 삶]이라는 제목을 보고 미니멀리즘 또는 절약하는 라이프에 대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책의 내용은 생각보다 묵직했고 큰 울림을 주는 내용이었다. 책을 통해 큰 세계를 알게 되었기에 나에게도 특별하고 좋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책 소개>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있을까?
(돈 없이) 어디서 자지?
(돈 없이) 무엇을 먹지?
(돈 없이) 어떻게 가지?
살인적인 방세와 높은 물가로 손꼽히는 영국 런던. 이 책은 런던에서 생활하다 돈을 쓰지 않고 살겠다는 저자의 결심에서 시작한다. 저자가 처음부터 무지출이라는 행위에 어떤 중요한 의미를 담아 영향력을 미치고자 0원살이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매일같이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고자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이어가고, 사랑받고 관심받으려 치장하고 소비하는 사이, 불안은 커지고 삶은 노동과 소비의 굴레에 철저히 맞춰졌다. 숨을 쉬며 방안에 누워있는 순간에도 집세가 새어나간다. 문득, 저자는 스스로의 인생과 시간, 존재가 ‘돈을 벌기 위해’쓰이고 있음을 알아챘다. 돈을 벌지 않아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돈이 없어도 살 방법을 찾기 위해, 살아 있는 그 자체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어 저자는 결심했다. 돈을 쓰지 않기로.
저자는 영국 웨일스에 있는 자급자족이 원칙인 유기농 농장 ‘올드 채플 팜’부터 남서부 서머싯의 친환경 공동체 ‘팅커스 버블’, 자전거의 도시 브리스틀의 자전거 수리 전문 카페 ‘롤 포 더 소울’, 중부 우스터를 지나 런던에 돌아왔다. 노동력 교환 커뮤니티에 장기간 머물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단순한 생존에서 나아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기로 한다. 도시에서도 0원살이를 이어가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트, 카라반에 사는 모바일 리빙부터 버려진 창고나 공장을 거처로 삼는 웨어하우스 리빙, 빈 건물을 점거하는 스퀏팅까지. 대안 주거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삶의 방식과 거주 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고자 실천한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주거 방식 자체가 주거 문제에 대한 저항이 되는 셈이다.
영국을 떠나 독일과 폴란드, 리투아니아에서도 여정은 이어진다. 헝가리에서는 히피들과 함께 지내며 생존과 사랑을 초월한 세계를 만난다. 세르비아에서 난민들을 만나고, 마케도니아, 그리스를 거쳐 저자는 평화의 열쇠를 찾기 위한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
[교보문고 제공]
책 속의 문장
풍요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에 달려 있는가에 달려 있다.
나의 마음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만족인가, 욕망인가?
나는 풍요로운가, 가난한가?
자기애를 살찌우는 욕망적 관계가 아니라 자신을 지워가는 수행적 관계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결국 우리를 참된 사랑에 이르게끔 하려는 우주의 지혜로운 의도 말이다.
우리 존재가 자연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것과 자연이 우리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제공한다는 것을 알아채면,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 불안과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다.
생존이 보장된 세상에서 나를 움직인 원동력은 '사랑욕구'였다.
부모님의 관심, 친구들로부터의 인기, 선생님의 칭찬, 연인의 사랑, 상사의 인정, 사회의 존경.
심지어 '꿈'조차도 외부의 주목을 사로잡기 위한 목표였다.
모든 괴로움은 내 마음의 번뇌에서 생겨나고, 모든 두려움은 분리된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채며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자.
마음이 순수해질 때 우리는 더 고차원적인 의식에 다가가고, 더 높은 자유를 누리며, 더 강인한 존재로 진화한다. 그리고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는 힘들 얻을 수 있다.
‘소비하지 않는 생활습관으로부터 진짜 혁명이 시작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표지의 소개글이 단번에 이해가 된다.
*혁명 :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이 책은 런던에서 생활하다 돈을 쓰지않고 살겠다는 저자의 결심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단순히 무지출을 하며 ‘생존’하기 위해 전전긍긍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나’를 찾게 되고, 더 나아가 ‘혁명’을 이루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처음의 시작은 나 역시도 그랬을 것 같아서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고, 이후 집을 찾아, 먹을 것을 찾아 보트에서 생활하고, 스퀏팅을하고, 스킵 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진짜 나를 찾아 고뇌하며 흐르는 대로 여정을 보내다 [레인보우 개더링]을 시작한 후의 이야기는 지금 현재 나의 그릇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기에 경의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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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통해 전혀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었기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환경과 관련된 책, 육식과 과소비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것은 다른 책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들을 위해 직접 실천하고, 전파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 이 책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 공동체를 이루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어 뜻깊었고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위로와 힘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작가님의 고차원적인 깨달음을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알게 되었기에 참 특별했다.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다양한 단체들과 개념들을 정리해 본다.
- 우핑 (WWOOF) : 자원봉사자와 유기농 농장을 연결하는 상호 교환 네트워크로 전 세계 여행자들과 문화를 교류하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지구 공동체를 구축.
- 팅커스 버블 : 영국 남서부 서머싯에 위치한 친환경 공동체.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삶을 위해 엄격하고 단호한 생활방식을 선택한 영국의 친환경 공동체.
-폴리아모리 Polyamory : 다자연애. 서로를 소유하거나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의 사랑.
-보터 Boater, Boat people : 런던의 비싼 집값에서 벗어나고자 보트를 집으로 삼아 물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스퀏팅 squatting : 비어있는 건축물이나 땅을 점거해 살아가는 것. 하나의 정치적 저항 행위로 정부의 주택 정책과 주거 문제에 대항하고자 시행하기도 함.
-스킵 다이빙 Skip diving / Dumpster diving: 먹을거리나 유용한 물건들을 줍는 행위.
-플랜테이션 :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한 거대 다국적기업이 제3세계 현지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특정 작물을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기업적 경영. (팜유, 사탕수수, 아보카도, 커피 등..)
-프리건 Freegan : 자본주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총체적인 구매거부 운동인 프리거니즘 Freeganism을 지향하는 사람들. 자유 혹은 무료를 의미하는 free와 완전 채식을 뜻한 vegan의 합성어. 육류 제품뿐만 아니라 산업적 대량 생산 경제에서 만들어진 모든 상품을 불매한다. 현재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소비’에서 찾는다.
-생태건축, Permaculture 퍼머컬쳐 :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인간의 생활환경을 창조하는 디자인 도구. 자연 생태계의 원리를 모방해 인간의 거주 문화를 디자인하는 것이 퍼머컬쳐의 핵심이다.
-레인보우 개더링 Rainbow Family Gathering: 1년에 한 번 한 달여간 열리는 공동체모임으로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조화로운 삶을 실천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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