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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책 추천] 흡연 여성 잔혹사 - 서명숙

by 낭만주의자_ 2023. 1. 26.

 

 

[책 추천] 흡연 여성 잔혹사 - 서명숙 

 


도서명 : 흡연 여성 잔혹사 - 서명숙

분야 / 장르 : 한국 에세이

출판사 : 이야기장수

완독일 : 2023년 1월 17일

기록일 : 2023년 1월 26일


 

 

 

도서관 신간 도서 코너를 둘러보다가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제주 올레길을 만들고 (현)제주올레 이사장을 맡고 계신 “서명숙”님.

 

나는 2013년,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주살이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제주도 올레길을 걷게 되었다. 그 후 올레길의 매력이 빠져 전 코스를 완주하여 걸어서 제주를 온전히 느끼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올레길을 통해 제주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기에 올레길을 창시한 서명숙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었는데 서명숙님의 책이 새로 발간되었다는 마음에 즉시 책을 대여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2004년에 발간된 후 절판되었다가 재발간된 책이었다. ‘흡연 여성 잔혹사’ 제목부터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 소개>

 

『영초언니』의 작가, 제주올레길을 낸 여자 서명숙의 연煙애담

“담배는 우리가 순종적인 여성이 아님을 드러내는 표식이었고,
남자들에게 ‘엿 먹어라’ 내지르는 감자주먹이었고,
영혼을 해방시키는 해원의 깃발이었다.”
“그녀는 담배를 피웠다.” 
모든 사건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27년간 담배 없이는 한시도 못 살았던 골초 여성이 한국에서 흡연하며 보고 겪고 듣고 당하고 ‘해댄’ 일들에 대한 자서이다. 담배는 백해무익 나쁜 것인데, 그 담배를 피우는 ‘여자’는 더 나쁘다는 굴레를 가뿐히 씌워놓는 세상에 맞서 오기와 끈기로 취재하고 탐구한 ‘담배와 여성’에 대한 성실한 르포이기도 하다. 이 여자의 끽연사는 지독한 블랙코미디와 부조리한 시대극을 오간다. 대학 시절 담배 때문에 남학생들과 패싸움에 휘말리고, 급기야 경찰에게 따귀까지 맞았으며, 돌연 감옥에 가서는 기적처럼 얻은 ‘돗대’를 몰래 피우다 혼절 지경에 이르고, 결혼식날에는 식전式前 기념 담배를 피운답시고 흰 장갑을 벗어놓았다가 맨손으로 신부 입장을 하고 만다. 당당히 담배를 빼물고서 이 엄혹하고도 웃기는 시대를 건너온 여성은 바로 서명숙 작가. 그는 자신이 담배를 피우며 겪었던 엽기적이고 울화통 터지는 일뿐만 아니라, 각계각층 여성 명사들과 지극히 평범한 여자들의 흡연 에피소드를 통해 ‘담배 피우는 여성’들에 대한 우리 안의 공고한 편견을 돌아보게 한다. 

과거 김일성과의 단독 인터뷰 자리에서 담배를 꺼내 물어 주위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지만, 정작 (당시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김일성이 조용히 담뱃불을 붙여주게 하여 일동을 더 놀라게 한 전설적인 여성 기자 이야기, 하루 담배 두세 갑을 피워대던 체인스모커였지만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로도 백악관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타인에게 담배 피우는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철저히 스스로를 감춰야 했던 재클린 케네디까지-국경과 시대를 초월하고 금연과 끽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흡연 여성들의 서사가 서명숙 작가의 발랄한 입담에 실려 전해진다. 

이 책은 서명숙 작가가 2004년 처음 출판한 뒤, 한동안 절판 상태였다가 새롭게 펴내는 것이다. 출간 당시 여성 독자들의 비상한 호응과 공감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절판시킨 이유는, 이 책의 첫 집필 기간 동안 저자가 금연에 성공했고, 끽연만큼이나 짜릿했던 금연 체험으로 인해 마치 금연 전도사라도 된 양 책 말미에 장문의 금연 예찬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그는 다시 흡연자가 되었고, 『흡연 여성 잔혹사』를 언급하는 사람을 만나면 얼굴이 붉어져 도망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2년 지금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어느덧 다시 금연 7년 차, 새로 펴내는 『흡연 여성 잔혹사』는 그가 다시 못 말리는 흡연자의 길로 들어섰다가 2015년 재차 담담하게 담배를 끊어낸 ‘겸손한’ 금연기, 그리고 제주올레길 위에서 만난 한 외국 여성이 한국에 정착해 흡연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은 황당한 일들을 받아 적은 챕터를 더해 펴내는 개정증보판이다. 새로운 『흡연 여성 잔혹사』에는 그간 ‘안경 쓴 여자들’ 시리즈 등 사회의 부당한 편견 속에서도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모습을 간직한 여성들을 강렬한 붓그림으로 그려온 ‘엄주’ 작가의 ‘담배 피우는 여자들’ 그림을 본문에 수록해, 책장 넘기는 즐거움을 더했다.

[교보문고 제공]


 

 


 

 

책 속의 문장

 

 

 

 

마법의 풀, 담배는 내가 세상에서 접한 사물 가운데 가장 영적인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일탈을 향한 본능적인 욕망, 금기에 저항하려는 자유의지를 일깨운 담배는 욕망인 동시에 자유였다.






 

 

 

당당한 사람은 참 보기좋다. 뻔뻔하거나 무례하거나 잘난 척 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남을 인정하듯 자기를 사랑하고, 남의 선택을 존중하듯 자기의 선택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이 당당한 사람이다.





 

 

 

훗날 정치권을 취재하다보니 정당은 정당끼리 정치인은 정치인끼리 자기는 애국자고 진짜 도둑놈은 저쪽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내로남불'은 도처에 있다.





 

 

 

남편의 사랑마저도 상대방인 아내에게는 지독한 가해가 되고 마는 인생의 부조리함.




 

 

 

여성 흡연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여중생 여고생의 흡연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는데, 가는 곳마다 담배를 꼬나문 여자 천지인데도, 왜 당신이 아는 여자들 중에는 흡연자가 드문지를.




 

 

 

다른 상품처럼 손쉽게 살 수 있는 물건에 여자들이 부여하는 의미가 뭐 그렇게 주렁주렁 많은지. 
남자들에게 담배가 지닌 의미가 무언가 생각해 보니 심플. 그 자체예요. 담배 피운 시기며 피운 동기가 그들에게는 즐거운 무용담이 되지만, 여자들에게는 흡연 시작으로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으로 흡연 사실을 밝히길 망설이게 합니다. 





 

 

 

별것 아닌 담배 하나에 의미를 두게 만든 한국 사회의 복잡하고 이상스러운 생리에 울컥하면서도, 만일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용으로 제 나름의 담배 예찬론을 준비한 것 또한 저 역시 담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겠지요.









이 책은 담배로 시작해 담배로 끝나는 ‘담배 이야기’지만 담배를 권하거나 담배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내용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담배라는 기호품을 선택한 한국 여성들이 그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에게 받게 되는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 불편한 압박감에 대해 쓰여있는 책이었다.

 

 

나 역시 흡연에 대한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나의 인식과 편견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집단(병원, 간호사)에도 비밀스럽게 흡연을 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여성 흡연’이라는 타이틀로 바라볼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과 같이 개인적 취향에 따라 기호품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나는 스스로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5부. 중독일기] 부분을 읽으면서 담배든 술이든 중독되었을 때의 생각과 행동들이 비슷하다는 걸 보며 많은 공감을 하기도 했다. 책에서 나오듯 ‘알코올 중독’, ‘담배 중독’이 아닌 달리기나 운동, 독서 등 ‘긍정적 중독’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흡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더불어 근현대사 격동의 시기를 직접 경험해온 서명숙선생님의 이야기 덕분에 집중해서 흥미로운 독서를 할 수 있었고, 다음 책은 서명숙님의 소설 [영초언니]를 읽어봐야겠다. 

 

 

 

제주 올레. jeju olle

 

 

제주올레 완주 메달. 폭삭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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